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HANUMPA 3rd Album <Tinnitus>


한음파 정규 3집 이명 Tinnitus

한음파는 1995년에 결성되었다. 2008년에 뻔뻔스럽게 '헬로루키'라는 이름으로 상을 받긴 했지만, 벌써 20년 가까이 된 밴드다. 코코어, 허클베리핀, 오! 브라더스의 프로토 타입들과 같이 공연했을 정도니 인디 신 최고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. 지금이야 '우리 음악을 도대체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모르겠어'라고 거드름을 피우지만, 한때는 '한국의 펄 잼'이라는 수식어에 흥분했을 열혈 얼터너티브-그런지 록 밴드였다.

그런 바탕에 밴드의 음악적 야심이 하나하나 더해졌다. 특히 2002년부터 5년간의 활동 중단 기간에 해소하지 못 했던 갈망이 이상한 방식으로 승화되었다. '헤비메탈'과는 거리가 있고, 그렇다고 '모던록'이라고 하기에는 발랄하지 않고, '프로그레시브 록'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투박한. 급기야 '마두금'이라는 낯선 몽골의 악기까지 도입하기에 이른다. 뭐라고 규정하기 모호할 때 평론가들은 주로 '사이키델릭'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. 사이키델릭 밴드 한음파는 결성 15년 만에 나온 정규앨범 [독감]을 낸다. 음악적 야심과 갈망의 결정체가 되어 기묘한 빛을 뿜어낸 이 앨범은 많은 이들의 머리와 가슴을 사로잡았다.

그리고 시간은 흘러 흘러 2014년 11월, 한음파의 새 앨범이자 정규 3집 앨범 [이명]이 나왔다.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앨범은 한음파 역사상 최고의 앨범이 될 것이다. 이 시점에서 갑자기 궁금해졌다. 2집 [Kiss From The Mystic]은 왜 그리도 낯설었을까? 텐션 코드와 엇박자를 적절히 섞는 작곡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뜬구름 잡는 것 같으면서도 삐딱한 가사도 여전하다. 인터넷 댓글을 의식한 듯 '마두금' 연주가 좀 더 많이 들어간 것 같긴 하지만, 2집 앨범을 다시 들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. 사운드의 질감은 분명히 변했다. 윤병주의 진두지휘로 만들어진 2집의 소리는 좀 더 날카롭고 각이 졌다. 새 앨범의 소리는 그보다는 부드럽다. 동글동글하다고 해야 할까.

그래서인지는 몰라도 [이명]에 수록된 노래들은 우선 귀에 잘 들린다. 일단 좀 더 또렷해진 보컬 멜로디가 인상적이다. 그러고 보면 한음파를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소리는 마두금이 아니라 이정훈의 보컬이다. 개성과 표현력 모두 경지에 오른 그의 보컬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. 윤수영의 기타 역시 간과할 수 없다. 한음파로서 처음 녹음하는 앨범에 테크니션으로서의 존재감을 은근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과시한다.

또한 [이명]에 수록된 노래들은 기타, 베이스, 드럼, 보컬, 마두금 각각의 연주가 아닌 하나의 소리로 들린다. 한편, 이번 앨범에는 두 개의 전혀 다른 테마가 자연스럽게 하나로 묶이는 노래가 많다. 이는 베이시스트로서 밴드 전체의 소리를 조율한 장혁조의 공이 크다. 그리고 그의 까다로운 취향을 묵묵하고 굳건히 맞혀준 김윤태의 드러밍 때문이기도 하다. 사실 올 한 해 한음파는 새 앨범에 수록될 노래들로 공연을 꾸려나갔다. 1년여의 사전 작업이 있었기에 이런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.

'이런 결과물'은 과연 어떤 결과물인가? [이명]의 노래들은 각자 뚜렷한 개성을 뿜어내고 있다. 그런데 그 노래들을 순서대로 듣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하나로 녹아든다. 처음 이 앨범을 들었을 때 연주 시간이 굉장히 짧다는 느낌을 받았다. 이는 노래 하나하나가 앨범 전체의 기승전결을 이루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. 종합적으로 이 앨범 전체가 하나의 노래로 들리는 것이다. 변화무쌍하면서도 일체감 있는 테마가 숙련된 연주를 통해 표현된 앨범. '이런 결과물'은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다. 참, 아까 얘기했었지, "한음파 역사상 최고의 앨범"이라고. 여기서 '한음파 역사상'이라는 말은 빼도 무방하다.

- 박근홍(하이피델리티, 소닉붐라이브 진행자)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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